무료 이면지 노트는 어떻게 공짜가 되는가
대학 건물 입구에 쌓여 있는 무료 노트를 한 번쯤 집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쪽 면은 비어 있고 다른 면에는 광고가 인쇄되어 있는, 이른바 이면지 노트다. FREE4처럼 이 방식으로 운영되는 배포물에는 기업 광고와 함께 굿네이버스나 유니세프 같은 단체의 공익광고가 나란히 실린다. 받는 사람에게는 공짜지만, 만드는 데에는 당연히 돈이 든다. 그 돈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보면 이 모델의 성립 조건이 보인다.
비용을 내는 사람과 쓰는 사람이 다르다
무료 배포물의 구조는 간단하다. 인쇄비와 배포비를 광고주가 내고, 이용자는 지면에 실린 광고를 보는 것으로 값을 치른다. 신문과 방송이 오래전부터 써 온 방식과 같지만, 종이 노트에는 한 가지 특징이 더 있다. 한 번 보고 버리는 매체가 아니라 학기 내내 가방 안에 들어 있다는 점이다.
광고주가 이 지면을 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노출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필기할 때마다 반복된다. 대상도 명확하다. 특정 대학, 특정 건물에 배포하면 광고를 보는 사람의 나이와 관심사가 상당히 좁혀진다. 이 명확함이 작은 매체의 유일한 무기다.
공익광고가 함께 실리는 이유
기업 광고만으로 지면을 채우면 배포물은 그냥 전단이 된다. 집어 가는 사람이 줄면 광고 가치도 같이 떨어진다. 공익광고가 함께 실리는 것은 선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매체의 성격을 만드는 장치다. 아동 후원이나 구호 활동을 알리는 지면이 섞이면 배포물 전체의 인상이 달라지고, 배포 장소를 내주는 학교나 기관을 설득하기도 쉬워진다.
단체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니다. 상업 매체의 광고 단가로는 닿기 어려운 연령대에, 적은 비용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조합이 오래 유지된다.
이면지라는 이름이 말해 주는 것
이름에 이면지가 들어간 데에는 자원 재사용이라는 명분이 있다. 한 면만 쓰인 종이를 다시 쓰는 방식은 인쇄물이 남기는 낭비를 줄인다는 취지와 맞닿아 있다. 다만 이 명분이 실제로 지켜지는지는 배포물마다 다르다. 실제로 쓰고 남은 종이를 모아 제본했는지, 아니면 새 종이에 한 면만 인쇄해 그렇게 이름 붙였는지는 결과물의 인쇄 상태를 보면 대체로 구분된다.
무료 모델이 무너질 때
이런 배포물은 광고 경기에 그대로 흔들린다. 광고 지면이 팔리지 않으면 발행 부수가 먼저 줄고, 그다음에는 배포 지역이 줄고, 결국 발행이 멈춘다. 이용자는 어느 날부터 노트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그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무료 배포 모델의 건강함은 부수가 아니라 광고주의 다양성으로 판단하는 편이 정확하다. 한두 곳에 의존하는 매체는 그 한두 곳이 예산을 줄이는 순간 사라지고, 성격이 다른 광고주가 고르게 섞인 매체는 한 축이 빠져도 버틴다. 공짜로 받는 물건일수록, 그것이 어떻게 공짜가 되었는지 한 번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